안녕하세요, 먼치스킬 팀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마크입니다. 올해 6월부터 먼치스킬 팀의 디자인 헤드로 일하게 되어 브랜딩,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지난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잊어버리기 전에 최근 있었던 일들부터 회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로고부터 시작하게 된 계기
온보딩에서 첫 번째로 공유받았던 고민 중 하나가 서비스 브랜딩인데요. 이미 회사 로고와 서비스 로고를 외주로 제작을 했는데 서비스 로고가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 톡톡 튀고 눈에 띄는 핫핑크 컬러를 키 컬러로 잡았지만 회사의 방향과 맞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 심볼이 없고 라운드 박스안에 워드마크가 있는 형태인데 이미지가 약해 보이는 점
MVP 출시를 위한 프로덕트 디자인에 참여해야 해서 시간은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디자이너는 1명인데 브랜딩에 정성을 쏟을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정식으로 참여하기 전부터 로고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두었던 터라 입사 첫 날부터 한 주간은 이 작업을 진행해 보기로 합니다.
먼치스킬이란 브랜드의 스토리 찾기
사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으면서 먼치스킬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의미인가 싶었습니다. 던킨에서 팔고 있는 먼치킨을 이야기했을 때 그제서야 단 번에 의미를 상상하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먼치킨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한국 던킨에서 파는 해피 먼치킨 컵을 말합니다. 10개의 공 모양으로 생긴 도넛을 랜덤하게 넣어 파는 상품입니다. 도넛은 보통 한 개를 혼자 다 먹곤하지만 먼치킨은 공유하는 개념의 스낵에 더 가깝습니다. 여러가지 맛을 담아 주기에 한 개의 도넛도 부담스러운 분들은 다양하게 맛볼 수 있구요. 보통은 인기있는 맛 위주로 넣어줍니다. 저도 예전부터 자주 사 먹었기에 부연 설명을 더 듣지 않아도 이해하게 되었죠. 로고에 핫핑크를 쓰게 된 것도 도넛 이미지에서 가져왔겠구나 싶었습니다.
먼치킨은 여러 가지 맛의 도넛들을 한입 모양으로 한 컵에 담아냅니다. 그렇다면 먼치스킬은 수십 개의 지원 서류를 보고 수십 번의 면접을 보는 일에 부담감을 느끼는 경영 지원팀(고객)에게 꼭 필요한 지원자의 내용만 한 컵에 담아 보여준다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빠르게 로고 아이데이션
먼치스킬이란 이름의 이유를 확인하고 빠르게 디자인 시안을 작업해 보았습니다. 먼치킨이라는 상품의 이미지가 강렬했기에 처음에는 1차원적인 생각으로 시작했는데요. 먼치킨은 한 입 거리로 크기가 작고 보통은 포크로 찍어 먹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먼치스킬은 채용 업계에서 원하는 지원자를 콕 찍어준다는 이미지를 생각했습니다.

검토 및 수정
첫 번째 시안을 갖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다시 깨달은 점은 역시 포크와 핫핑크는 너무 과하다는 것. 먼치스킬의 본질은 채용 솔루션이고 기업들을 대신해 지원자를 평가해 주는 B2B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눈에 띄고 힙한 느낌보다는 신뢰성이 더 중요한 분야이고 아이디어가 시작된 던킨 먼치킨에 엮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특히 신뢰성이 중요한 SaaS 기업들의 브랜딩을 보면 파란색을 많이 쓰고 있는데요. 파란 계열의 컬러가 주는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해 주는 시원함에 대한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 시안 이후 특정 오브젝트에서 심볼을 따오기 보다는 워드마크의 첫 번째 이니셜인 M에 다시 집중했습니다. 컬러는 여러 파란색 계열을 테스트를 하게 되었고 그리면서 떠올렸던 것은 도넛을 집어드는 손가락인데요. 파란색만 가지고는 심볼의 힘이 약해보였고 로고의 형태가 단순했기에 검지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을 구분하기 위해 진한 회색을 같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M자의 형태 덕분에 파도가 생각나게 되어 무드보드에 파도이미지를 같이 넣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시안을 들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역시 파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처음부터 파도의 이미지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파도의 이미지가 메인이 되고 손가락은 히든 메시지(Hidden Message)로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페덱스나 서브웨이, SK플래닛의 로고처럼 로고 안에 숨겨진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브랜딩 가이드라인 문서화 하기
이렇게 만들어진 두 번째 시안으로 컨펌이 되었습니다. 크게 반대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먼데이닷컴과 같이 비슷한 로고에 대한 우려는 있었습니다. 심플한 로고를 사용하는 회사라면 항상 갖고 있는 고민 거리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상용 로고를 찾아 참고만 해 두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문서를 작성해 팀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스타트업 브랜딩에 대한 고민은 빠른 속도로 진행하여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여 나온 작업은 아니지만 팀원 간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받고 나온 결과물이라 시작 단계의 스타트업에서는 충분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에서 다음 스탭을 밟아 나가면서 다시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재검토하여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